서울 창업박람회 다녀오고 나서 왠지 더 고민만 깊어짐

서울 창업박람회 다녀오고 나서 왠지 더 고민만 깊어짐

코엑스까지 갔던 지난 주말의 기억

지난 주말, 날씨가 꽤 쌀쌀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굳이 코엑스까지 발걸음을 했다. 사실 딱히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요즘 회사 다니는 게 부쩍 힘들기도 하고, 퇴근길에 회사 근처에서 자주 사 먹는 포케 가게를 보면서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단순하고 위험한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덜컥 사전 등록을 마쳤다. 입장료는 사전 등록 덕분에 무료였지만, 코엑스 주차비는 정말 사악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미 기가 좀 빨리는 느낌이었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팸플릿을 받아 들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업체가 나와 있어서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막막하더라.

포케 가게 앞을 한참 서성이던 순간

박람회장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다들 눈빛이 나처럼 약간은 절박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아주 진지해 보였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역시 포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었다. 대여섯 군데가 나와 있었는데, 상담을 받으려고 보니 벌써 대기자가 서너 명씩 붙어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상담석에 앉으니, 상담해주는 직원이 정말 기계적으로 비용 설명을 시작했다. 매장 인테리어 비용부터 시작해서 가맹비, 교육비, 여기에 초기 재료비까지 더하니 1억은 우스웠다. 30평 정도 규모에 1억 5천만 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는데,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머릿속으로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갔다. 퇴직금을 다 털어도 모자라겠구나 싶어서 갑자기 식은땀이 났다. 직원은 ‘요즘 워낙 건강식 트렌드라 매출이 안정적’이라며 24시간 운영이나 무인 시스템 도입 같은 이야기도 덧붙였지만,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창업 대출과 현실 사이의 괴리

돌아다니다 보니 창업 대출 상담 부스도 눈에 띄었다. 정부 지원 사업 설명회도 열리고 있어서 잠깐 앉아봤는데, 이게 말로는 ‘소상공인 지원’이지만 막상 조건들을 뜯어보면 내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출 실적을 증명해야 하거나, 이미 준비된 사업 계획서가 완벽해야 하거나, 아니면 애초에 특정 업종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다. 그냥 회사만 다니던 내가 덥석 달려들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 보였다. 박람회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데 거의 3시간이 지나 있었다. 다리가 퉁퉁 부어서 근처 카페에 앉아 멍하니 사람들을 구경했다. 프랜차이즈 업체 영업사원들의 활기찬 목소리와,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무거운 표정이 교차하는 게 묘하게 기억에 남는다.

박람회장 밖에서 든 씁쓸한 생각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마라탕 가게 하나가 보였다. 예전에 저 자리에서 다른 가게가 했던 것 같은데, 또 바뀐 걸 보니 마음이 좀 짠해졌다. 박람회에서는 다들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막상 거리로 나오면 폐업하는 가게도, 새로 여는 가게도 참 많다. 상담받으면서 받았던 수많은 전단지와 카탈로그를 가방 속에 구겨 넣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월요일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조금은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적어도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라는 게, 이 박람회장의 불확실한 수치들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안전망처럼 느껴졌으니까. 지금 당장 창업을 하겠다는 마음은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서울 말고 부산 창업박람회 같은 곳도 가볼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땐 더 철저하게 조사하고 가야겠지. 다만 지금은 그저 좀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댓글 3
  • 사전 등록을 하려고 했는데, 상담 부스에서 대출 조건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사업 계획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니, 막상 시작하려면 더 복잡할 것 같아서요.

  • 포케 프랜차이즈 상담 들으면서 제가 그때 비슷한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1억이면 정말 부담이 될 금액이더라고요.

  • 프랜차이즈 비용 들은 거 보고 진짜 깜짝 놀랐네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부담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