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서류 넣다가 포기할 뻔한 기억

전기차 보조금 서류 넣다가 포기할 뻔한 기억

보조금 신청이 이렇게 번거로울 줄이야

얼마 전에 스타리아 EV를 보려고 대리점에 들렀었다. 요즘 전기차 시장이 워낙 시끄러우니까 나도 은근히 마음이 동했던 것 같다. 기사에서 보니까 일반 스타리아 일렉트릭 가격이 5700만 원대에서 시작하는데 리무진으로 가면 6천만 원을 훌쩍 넘어가더라. 국고 보조금이 229만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어, 이게 생각보다 적네?’ 싶었다. 사실 보조금이라는 게 받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갔는데 막상 서류 챙기고 절차를 들여다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대리점 직원은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내 귀에는 ‘지방 보조금’이랑 ‘출고 순번’ 이야기만 계속 맴돌았다. 단순히 차 가격만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사는 지역의 잔여 예산까지 실시간으로 체크해야 한다는 게 솔직히 좀 피곤했다. 인터넷으로 몇 번 두드려보고 바로 해결되는 건 줄 알았는데, 막상 그 무거운 서류 뭉치를 마주하니 내가 지금 차를 사는 건지, 무슨 정부 과제 신청서를 쓰는 건지 헷갈리더라.

딜러의 말과 현실 사이의 괴리

대리점에 계신 분들은 당연히 빨리 계약하라고 부추긴다. 지금 안 하면 보조금 소진된다고, 하반기에는 물량도 없고 정책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말이다. 근데 나는 그 말이 왜 이렇게 귀에 안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테슬라랑 BYD가 가격 경쟁을 붙어서 시장이 요동친다는 뉴스를 보면, 지금 굳이 서둘러서 보조금 몇 백만 원 받겠다고 조급하게 움직이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BYD 돌핀 같은 차량도 슬쩍 봤는데 가성비만 보면 나쁘지 않아 보였다. 물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다들 타니까.

상담받으면서 느낀 건데, 보조금은 결국 내가 챙겨야 하는 숙제였다. 딜러는 그냥 ‘되게끔’ 도와주는 조력자일 뿐이지, 안 되면 그만이라는 태도가 은연중에 느껴졌다. 사실 딜러 입장에서야 차를 팔면 그만이지 내가 보조금을 받든 못 받든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냥 내 돈 다 주고 사면 마음 편할까, 아니면 이 보조금이라는 게 도대체 뭐라고 이렇게 나를 붙들고 있는지.

집 주변 충전소 생각하니 고민이 깊어지고

차를 고민하는 와중에 정작 중요한 건 집 주차장이다. 우리 아파트에 완속 충전기가 몇 대 있긴 한데, 퇴근하고 오면 자리가 없다. 요즘 전기차 타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나 보다. 리무진 모델을 타면 고급스러운 이동이 가능할 것 같아서 혹하긴 하는데, 정작 배터리 걱정하면서 충전기 찾아 헤맬 내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올라온다. 양양까지 왕복해도 배터리가 20% 남았다는 기사를 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행’ 환경이 좋을 때 이야기지, 매일 시내 주행하고 충전기 찾아다니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결국 보조금이라는 이름의 굴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돌아왔다. 집에 와서 보조금 신청 사이트를 다시 열어봤는데, 역시나 복잡했다. 내가 지금 정부 정책에 맞춰서 내 생활 패턴을 끼워 맞추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 필요한 차를 찾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그냥 하이브리드 타라고 하는데 그게 제일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괜히 전기차라는 신기술을 놓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보조금을 200만 원 정도 받는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이 숫자에 집착해서 며칠째 고민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냥 더 좋은 선택지가 있는데 내가 놓치고 있을까 봐, 혹은 나중에 더 비싼 돈 주고 사게 될까 봐 불안해서 그런 것 같다. 내일은 다시 대리점에 전화해서 다른 차종을 물어볼까 싶기도 한데, 막상 전화기를 들려니 또 귀찮아진다. 오늘은 그냥 이대로 접고 내일 다시 생각해야겠다.

댓글 4
  • 양양까지 왕복 20% 남는다는 얘기, 실제로 보배에서 봤었는데, 진짜 주행 환경에 따라 차이 많이 나는 것 같네요.

  • 저는 지방 보조금 때문에 정말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온라인 정보만으로는 모든 걸 알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서류 준비하는 것 자체가 너무 번거로워서 결국 포기하려고 했는데, 보조금 액수 때문에 고민이 더 깊어졌더라고요.

  • BYD 돌핀도 괜찮아 보이던데, 충전 인프라가 아직 부족해서 걱정되는 게 사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