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류 뭉치 속에서 보낸 며칠
며칠 전부터 사무실 책상 위가 서류로 가득 찼다. 정부에서 중소기업 지원한다고 정책자금 공고가 올라왔길래,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중소기업육성자금’이니 ‘창업지원금’이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는 많은데 막상 내가 신청하려니 무엇부터 건드려야 할지 막막하더라. 분명히 작년에 정산했던 서류들이 어딘가 있을 텐데, 왜 이렇게 꽁꽁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 세무사 사무실에 메일로 받았던 PDF 파일들이 메일함 깊숙한 곳에서 좀처럼 나오질 않아서, 결국 몇 개는 다시 요청했다. 그럴 때마다 괜히 바쁜 사람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민망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15조 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이 풀린다는 뉴스를 보면서는 ‘저게 내 통장에도 좀 꽂히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을 잠깐 했다. 현실은 서류 한 장 더 떼러 동사무소와 은행을 오가는 게 전부인데 말이다.
대출의 문턱과 막연한 거리감
사업자 신용대출이라는 게 참 미묘하다. 매출이 조금 늘었다 싶으면 이자율이 문제고, 당장 급할 때는 대출 한도가 발목을 잡는다. 여성기업인증을 받아두면 가점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알아보기도 했는데, 준비해야 할 서류 양을 보고는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싶어 일단 멈췄다. 440억 원 규모로 지역 자금을 푼다는 전북경제통상진흥원 공고를 보면서도, 내가 그 대상에 명확히 부합하는지 계산기를 두드려보게 된다. 누구는 대기업 상생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런 뉴스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세계 이야기 같다. 사실 작년에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을 때만 해도 금리가 이렇게까지 오를 줄은 몰랐다. 그때 빌려둔 돈이 아직 남아있는데, 추가로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니 마음 한구석이 계속 무겁다.
예상보다 훨씬 길었던 대기 시간
중소기업통합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한 15분 정도 대기했나. 연결음만 계속 들리는데, 그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상담원분은 친절하게 안내해주셨지만, 사실 내가 궁금한 건 ‘그래서 신청하면 얼마 만에 나오나요’ 같은 아주 단순한 거였다. 당연히 ‘심사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라는 정석적인 답변을 들었다. 알면서도 묻고 싶었던 내 마음이 왠지 모르게 초라해지는 기분이다. 대출이라는 게 필요할 때 바로 나오면 좋으련만, 정책자금은 항상 타이밍이 문제다. 주변 사장님들 얘기 들어보면 누구는 한 달 만에 받았다 하고 누구는 서류만 세 번 보완했다가 포기했다 하니, 될지 안 될지 예측이 안 된다. 1,500원대 환율 이야기가 뉴스에 나올 때마다 원자재 값 걱정하느라 머리가 아픈데, 거기에 대출 이자까지 신경 쓰려니 일에 집중이 잘 안 된다.
남겨진 서류와 여전히 모호한 결말
결국 서류 준비를 다 끝내지 못하고 오늘도 퇴근한다.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리해둔 서류 뭉치를 보는데, 이걸 제출한다고 해서 무조건 승인이 난다는 보장도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어쩌면 나는 대출을 받는 과정 자체에 지쳐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내가 그 틈바구니에 끼어들 자격이 되는지, 아니면 그냥 조금 더 버티면서 매출을 올리는 게 답인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은행에 가서 지난번에 미처 챙기지 못한 서류를 하나 더 발급받아야 한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으면서도, 막상 내일이 되면 또 어떻게든 움직이겠지. 사업이라는 게 다 그런 모양이다. 끝이 없는 서류와의 싸움, 그리고 불안함 속에서 하루를 버티는 것. 오늘 저녁엔 뉴스를 끄고 그냥 좀 쉬어야겠다. 어차피 오늘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까.
PDF 파일들이 계속 요청해야 해서, 세무사님도 정말 바쁘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