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으로 동네에서 뭘 할 수 있을지 밤새워 고민하다 접은 이유

퇴직금으로 동네에서 뭘 할 수 있을지 밤새워 고민하다 접은 이유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뒹굴거리기만 했다. 20년 가까이 회사 셔틀버스 시간 맞추고, 오전 회의 준비하고, 상사 눈치 보던 생활에서 갑자기 해방되니까 처음엔 마냥 좋기만 했다. 그런데 딱 한 달 지나니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라.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출근할 때는 그렇게 퇴사하고 싶더니 막상 백수가 되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새벽마다 나를 깨웠다. 자연스럽게 창업 박람회라는 걸 검색하게 되었다.

햄버거집과 도시락 프랜차이즈 사이에서 방황하기

처음에는 단순히 ‘먹는 장사’가 제일 만만해 보였다. 누구나 밥은 먹고 사니까. 특히 한솥도시락 같은 곳은 본사 시스템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내가 직접 요리를 개발할 필요도 없고, 배달 위주로 운영하면 가게 규모도 작아도 되니 초기 비용이 덜 들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창업 커뮤니티를 보니 50대 창업자들도 꽤 많이 도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주변 상권을 돌아다녀 보니 이미 배달 음식점들이 골목마다 꽉 차 있었다. 한 집 건너 하나가 배달 전문점인데, 내가 이제 와서 끼어든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었다. 만화카페 벌툰처럼 특정 테마가 있는 곳도 찾아봤는데, 인테리어 비용만 억 단위로 들어가는 걸 보고는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상담 창구에서 들었던 1억 대출과 현실적인 고민

프랜차이즈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들었던 이야기는 꽤 그럴듯했다. 본사에서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 대출을 알선해 주고, 이런저런 창업 지원 제도가 있다고 했다. 0.3%포인트 금리 우대 같은 단어를 들으니 당장이라도 대출을 받아서 가게를 차려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담원은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을 강조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차분히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달랐다. 임대료는 매달 꼬박꼬박 나갈 테고,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수익이 얼마나 남을지 계산이 서지 않았다. 결국 남는 건 대출 원금과 매달 나가는 이자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은행 창구에서는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지만, 그 지원이라는 게 결국 빚을 내서 시작하라는 소리 아닌가.

정보공개서 데이터를 볼수록 깊어지는 의문들

공정거래위원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프랜차이즈 순위를 보고 브랜드별 평균 매출과 폐점률을 일일이 확인했다. 내가 관심 있었던 브랜드 몇 곳은 3년 내 폐점률이 생각보다 높았다. 겉으로는 가맹점이 300호점을 돌파했다고 홍보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1년도 채 못 버티고 나가는 가게들이 수두룩했다. 업력이 5년 이상 된 브랜드가 그나마 안전하다는 조언을 어디선가 보고 데이터를 필터링해 봤더니,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유행처럼 번지는 신생 브랜드들은 왠지 불안하고, 그렇다고 탄탄한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하자니 가맹비와 교육비, 인테리어 비용이 내 예산을 훌쩍 넘겼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인데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

동네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다들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돈 버는 거다’라고 말한다. 40대, 50대라면 차라리 경력을 살려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재취업을 알아보는 게 낫지, 큰돈 들여서 프랜차이즈 창업하는 건 도박이라고 말이다. 나도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나만의 가게’에 대한 로망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오늘도 창업 박람회 사전 등록 페이지를 켰다가 끄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배달이 많아서, 혹은 본사가 지원을 많이 해줘서 시작하기에는 내 노후가 너무 많이 걸려 있다. 당장 이번 달 관리비와 대출 이자 걱정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창업은 그 이후의 문제처럼 느껴진다. 마음이 복잡하니 잠도 잘 오지 않는다.

댓글 1
  • 프랜차이즈 폐점률 데이터 보니까, 마치 '미끼'처럼 보이는 곳들이 많네요. 정말 신중하게 고려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