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단순히 노트북 하나로 시작하고 싶었을 뿐인데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시작했던 게 화근이었다. 요즘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 다들 무슨 위탁판매니 데이터 라벨링이니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도 그 대열에 좀 끼고 싶었다. 거창한 사업은 무섭고, 그냥 소자본 창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다가 눈에 들어온 게 스마트스토어였다. 초기 비용도 거의 안 든다고 하고, 상품만 올리면 주문 들어오는 대로 업체가 보내준다고 하니 너무 쉬워 보였다. 그래서 무턱대고 통신판매업 신고부터 하려고 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막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업자 등록증을 내려면 임대차 계약서가 필요한데, 집 주소를 그대로 쓰려니 임대인 눈치도 보이고, 가정집을 사무실로 쓸 때의 제약도 생각보다 컸다. 괜히 세금 문제나 나중에 부동산 관련해서 불이익이 생길까 봐 혼자서 끙끙 앓다가 관공서 사이트만 몇 시간을 새로고침 했는지 모르겠다.
섣불리 대출을 알아본 게 제일 후회된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봤던 게 문제였다. 누군가 ‘신규 오픈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출’이라며 친절하게 정보를 주는 척하길래 무심결에 연락을 해봤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친 짓이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찾았던 그 정보는 대출이 아니라 사실상 범죄의 늪이었다. 선불 유심을 개통하고 휴대폰 3사를 전부 개통하면 100만 원 정도를 입금해주고, 나중에 갚으면 명의를 깨끗하게 정리해주겠다는 말에 홀렸던 거다. 당장 창업 비용이라도 마련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개인회생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창업은커녕 내 명의로 된 폰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100만 원이라는 돈이 뭐라고 내 인생을 이렇게 꼬이게 만들었나 싶어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정부지원사업이나 창업 실무 교육은 딴 나라 이야기 같아
나중에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정부지원사업이나 창업 교육을 찾아봤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같은 곳에서 하는 교육이 꽤 많더라. 그런데 내가 원하는 건 당장 오늘 바로 돈이 들어오는 부업이었지, 몇 달씩 교육받고 사업계획서 써서 지원금 따내는 게 아니었다. 물론 그게 정석이라는 건 머리로는 이해한다. 부동산 실무 교육이나 세무 교육 같은 걸 들어보면 내용이 알차긴 한데, 현실적으로 내가 당장 빚 갚으면서 여유 있게 공부할 상황은 아니었다. 주변에 보면 캐시워크 같은 앱테크로 푼돈 모으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게 시간 대비 효율이 얼마나 나올까 싶어 시작도 안 하게 된다. 다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에서 헛발질하는 기분이다.
유튜브에서 보는 돈 버는 구조가 왠지 낯설게 느껴질 때
최근에는 뉴스에서 손정의가 AI 열풍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기사를 봤다. 그건 나랑 다른 차원의 이야기지만, 확실히 세상이 ‘돈을 버는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건 느껴진다. 예전에는 공장에서 물건 만들어서 팔면 됐는데, 이제는 데이터 팔고, 조회수 조작해서 도박판 벌이는 애들이나, 트래픽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것 같다. 도박 사이트 일당이 유튜브 조회수 조작해서 600억을 해 먹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참 허탈했다. 저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절박하면 저런 범죄에 손을 대나 싶기도 했다. 나 역시 돈이 급해서 이상한 곳에 발을 들일 뻔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제일 안전하다 싶어
지금은 창업이니 부업이니 다 내려놓은 상태다. 괜히 욕심부려서 일을 벌였다가 빚만 더 늘리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니, 솔직히 결론이라기보다는 그냥 지친 거다. 부동산이나 사업 공부도 막상 책을 펴면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자꾸 예전에 겪었던 그 휴대폰 개통 사건의 악몽이 떠올라서 불안하다. 다른 사람들은 블로그 포스팅 알바라도 해서 한 달에 몇십만 원은 가져간다는데, 나는 그것조차 이제는 선뜻 시작하기가 무섭다. 어쩌면 내가 너무 쫄보가 된 걸 수도 있겠지만, 다시는 누군가 만들어놓은 ‘돈 버는 방법’이라는 말에 쉽게 휘둘리고 싶지 않다. 다음 달에 개인회생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나 걱정하면서, 오늘도 그냥 조용히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이게 내 현재 상황이다.
데이터 팔고 조회수 조작하는 방식에 깊이 공감해요. 저도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었거든요.
개인회생 절차 때문에 마음이 정말 힘드셨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지금처럼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데이터 팔고 조회수 조작하는 방식, 정말 현실처럼 느껴지네요. 저도 비슷한 고민 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더 와닿는 글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