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배움카드로 마케팅 강의를 듣기 시작했는데

내일배움카드로 마케팅 강의를 듣기 시작했는데

카드 발급받으러 고용센터에 다녀오던 날

한동안 백수로 지내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조급함이 밀려왔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집에서 유튜브 보면서 시간을 때우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나중에는 내가 도태되고 있다는 기분이 너무 싫더라. 마침 주변에서 내일배움카드를 만들면 마케팅 강의 같은 것도 국비로 들을 수 있다고 해서 무작정 고용센터에 갔다.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하지는 않았는데, 상담사분이 이것저것 물어보시니까 괜히 위축되더라. 나는 그냥 마케팅 쪽이 궁금해서 온 건데, 꼭 여기를 통해서 취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은근히 느껴졌다. 결국 카드는 일주일 정도 지나서 우편으로 받았고, 한도는 대략 300만 원 정도가 들어왔다. 공짜로 받는 돈 같지만 사실 내 세금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긴 했다.

강의 선택의 늪에서 허우적대기

HRD-Net 사이트에 들어가서 마케팅 강의를 찾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강의 종류가 너무 많다. 어떤 건 2주짜리 단기 교육이고, 어떤 건 석 달 넘게 진행하는 실무 과정이다. 처음엔 의욕이 앞서서 ‘퍼포먼스 마케팅 실무’ 같은 거창한 강의를 결제하려고 했는데, 상세 페이지를 보니까 선수 지식이 좀 필요해 보이더라. 덜컥 겁이 나서 결국은 초급 단계인 이커머스 실천창업 과정을 골랐다. 사실 이커머스에 엄청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일단 뭐라도 배워두면 나중에 한국콜마나 SK케미칼 같은 곳의 마케팅 직무에 지원할 때 자소서 한 줄이라도 더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솔직히 취업 준비라는 게 다들 그렇게 억지로 끼워 맞추는 거 아닌가.

집에서 듣는 온라인 교육의 한계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강의를 듣고 있는데, 이게 집이라서 그런지 자꾸 딴짓을 하게 된다. 책상에 앉아서 강의 틀어놓고 옆에 폰으로 커뮤니티를 보거나 인스타를 확인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현타가 온다. 출석률 80%를 채워야 지원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데, 자꾸 로그인을 깜빡해서 출석 체크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매일 밤 든다. 차라리 오프라인으로 어디 나가서 수업을 들으면 강제로라도 집중했을 것 같은데, 이동하는 시간과 비용 생각하면 집에서 듣는 게 맞긴 한데… 참 애매하다. 요즘은 강의 내용보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딴짓 안 하고 완강할 수 있을까가 더 고민이다.

취업 상담 센터에서 들은 묘한 이야기

어쩌다 보니 취업 상담 센터까지 연결이 됐다. 상담사분은 내가 듣는 마케팅 교육이 사실 실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시더라. 기업들은 결국 ‘경력직 같은 신입’을 원하기 때문에, 이런 교육 수료증 하나로는 현업에서 크게 알아주지 않는다는 거다.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아서 기분이 묘해졌다. 나는 지금 내 시간을 쏟아서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데, 이게 정말 쓸모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취업 준비생이라는 안도감을 얻기 위한 자기 위안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 누군가는 하이닉스 같은 곳 취업하려고 밤새 코딩하고 영어 점수 올리는데, 나는 겨우 마케팅 입문 강의 하나 들으면서 불안감을 달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막연함은 여전하고 수업은 절반이 지났다

벌써 강의 절반 정도를 들었다. 광고 소재 만드는 법, 타겟 설정하는 법 같은 걸 배우는데 재미는 있다. 그런데 이걸 배우고 나면 바로 마케터로 취업할 수 있는 건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배울수록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지, 실무랑 이론이 얼마나 괴리감이 큰지만 확인하고 있다. 어제는 강의 도중에 갑자기 채용 공고들을 찾아봤는데, 대부분 3년 이상 경력을 요구하는 곳들이 많았다. 경력이 없으면 지원조차 못 하는 벽이 생각보다 높더라. 수업 다 듣고 나면 또 뭘 해야 할지, 아니면 이 교육이 그냥 시간 낭비가 되는 건 아닐지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하다. 일단 완강은 하겠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제일 답답하다.

댓글 1
  • 광고 소재 만드는 법 배우는 건 재밌는데, 3년 경력 이상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들을 보니 좀 속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