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금 좀 알아보려다가 서류 뭉치에 파묻혔던 기억

사업자금 좀 알아보려다가 서류 뭉치에 파묻혔던 기억

서류 뭉치 앞에서 멈칫하게 된 이유

한참 전에 사업을 조금 확장해볼까 싶어서 대출이랑 정부 지원 자금을 알아봤던 적이 있다. 사실 막연하게 ‘뭐 좀 나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처음에는 그냥 개인사업자햇살론 같은 걸 검색해보면 금방 답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신용보증재단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까 요구하는 서류가 왜 이렇게 많은지. 무슨 서류를 떼러 가야 하는지 목록을 뽑다가 지쳐서 반나절을 그냥 보내버린 날이 기억난다. 내가 무슨 대단한 기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작은 가게 운영하면서 조금 숨통이 트일 자금을 구하려는 것뿐인데, 세상이 나보고 ‘너 정말 이거 할 수 있겠어?’라고 되묻는 기분이었다.

기업신용정보조회는 또 왜 이렇게 무서운지

어디선가 기업신용정보조회를 한번 해봐야 내 신용도를 알 수 있다고 해서 조회를 해봤다. 결과를 보는데 숫자가 너무 냉정하게 박혀 있으니 괜히 심장이 덜컥했다. 사실 내 사업 상황을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숫자로 나열된 결과지를 보니까 뭔가 평가받는 기분이 들어서 불쾌하기도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게 점수가 조금만 낮아도 정부 정책자금 같은 건 쳐다보기도 힘들다고 하더라. 그래서 컨설팅을 좀 받아볼까 싶어서 주변에 물어봤는데, 어떤 곳은 수수료를 과하게 요구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아예 연락조차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남의 손 빌리느니 내가 발품 팔자’는 생각으로 돌아섰는데, 그 선택이 맞았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경상남도 정책자금 사이트를 며칠째 들락날락

한번은 경상남도 정책자금 공고가 떴길래 그걸 붙잡고 한 3일을 보냈다. 그런데 막상 신청하려고 하면 자격 요건에서 꼭 하나씩 걸린다. 업종이 맞지 않거나, 아니면 신청 기간이 어제까지였거나 하는 식이다. 왜 항상 내가 뭘 하려고 하면 ‘신청 기간 마감’이라는 문구가 먼저 반겨주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스마트팜 박람회 같은 곳을 가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나을까 싶어 가보기도 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들 눈빛이 반짝거리고 뭔가 대단한 계획을 가지고 온 것 같은데, 나만 괜히 쭈뼛거리다가 팜플렛 몇 장 들고 온 게 전부였다.

대구 정책자금 공고 확인하다가 든 생각

비슷한 맥락으로 대구 정책자금 공고도 눈여겨봤었는데, 거기도 조건이 다 비슷비슷했다. 결국 대출이라는 게 내 매출이랑 신용을 담보로 하는 건데, 정부 지원이라고 해도 결국은 빚을 내는 거라는 사실을 자꾸 잊게 된다. 이자가 좀 싸다는 것 말고는 나중에 갚아야 할 돈이라는 건 변함이 없는데, 당장 눈앞의 운영 자금이 급하니까 무슨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조급하게 굴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한데, 막상 상황이 닥치면 그게 쉽지 않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 생각하면 잠이 안 오던 그 밤들이 떠오른다.

무작정 컨설팅보다는 발품이 나을 때도 있더라

지인 중 한 명은 아예 법인 정책자금 전문 컨설팅을 고용해서 몇백만 원을 썼다고 하던데, 그 사람 말로는 결과적으로는 이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돈을 내고 돈을 빌리는 방법을 배우는 게 맞나 싶은 회의감이 든다. 어쩌면 나는 너무 소심하게 접근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냥 관공서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조금 더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았을까? 그런데 또 막상 전화를 걸려고 하면 ‘내가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망설여지더라.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긴 한데, 다음번에도 또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막막하다. 정책자금이라는 게 정말 필요한 사람한테는 문턱이 낮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시스템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니까 오늘도 그냥 창밖만 멍하니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