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 통장 하나 만드는 게 왜 이렇게 무거운지
사업자를 내고 법인으로 전환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처음엔 그냥 매출 조금 나오면 법인이 낫겠거니 싶어서 서류 준비해서 등기까지 마쳤는데, 막상 닥치니까 딴 세상 같더라. 개인사업자로 있을 땐 내 신용도만 어떻게든 관리하면 그만이었는데, 법인이라는 건 아예 다른 차원의 존재 같았다. 은행 가서 법인 계좌 개설하려고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데, 앞에 앉은 중년 남성분이 창구 직원한테 서류 퇴짜 맞고 한숨을 푹 쉬는 소리가 들렸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부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 서류는 혹시 빠진 게 없나, 정관 사본은 제대로 챙겼나 가방을 몇 번이나 뒤적거렸는지 모른다.
은행 문턱이 높다는 말을 실감하다
부산에 있는 집 근처 은행 몇 군데를 돌면서 느낀 건데, 신규 법인에 대한 시선이 생각보다 훨씬 차갑다. 뭐, 당연한 거긴 하다. 실적도 없고 이제 막 시작한 회사니까. 상담 창구에 앉아서 ‘청년사업자금대출’ 관련해서 뭐라도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 물어봤더니, 직원이 모니터만 보면서 ‘대표님, 사업 영위 기간이 최소 1년은 지나야 좀 봐드릴 수 있어요’라고 건조하게 말하는데 참 할 말이 없었다. 그 뒤로 몇 군데 더 물어봤지만, 대개 ‘보증재단’ 방문해보라는 소리만 들었다. 보증재단도 사실 쉬운 곳은 아니지 않나.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서 몇 주를 보낼 생각 하니까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벤처기업 인증이 만능은 아니더라
지인이 벤처기업 인증 받으면 대출 받기 좀 수월할 거라고 해서, 그 준비를 해볼까 싶어 요건들을 찾아봤다. 그런데 요건이 생각보다 너무 까다롭다. 기술평가니 뭐니 해서 준비할 게 산더미인데, 이걸 혼자 다 하려니 본업인 사업 자체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들 것 같았다. 차라리 대출 안 받고 일단 내 자본으로 버티면서 매출부터 조금이라도 올리는 게 나은 건지, 아니면 이 서류 작업에 올인해서 정부지원금 한 번 타보는 게 나은 건지 갈피가 안 잡혔다. 뉴스 보면 중소법인 연체율이 어쩌고 하면서 겁주는데, 지금 대출 받아서 이자 감당은 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공포도 슬금슬금 올라오고 말이다.
보이스피싱 연루 건으로 계좌 막힌 친구 얘기
최근에 친하게 지내는 형님이 보이스피싱에 엮여서 계좌가 다 막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억울한 상황이라는데, 은행은 일단 시스템대로 처리하니까 답이 없단다. 신규 대출은커녕 기존에 쓰던 카드도 다 정지돼서 법인 운영 자체가 마비된 상태라고 했다. 그 얘길 들으니까 내가 대출 알아보면서 느꼈던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었다. 시스템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게,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정말 빠져나오기 힘든 구조인 것 같다. 나도 혹시 나중에 대출 좀 받겠다고 어디 이상한 데 서류 넣었다가 엮이는 거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소상공인 금융지원은 그림의 떡인가
iM뱅크 같은 곳에서 이번에 집중호우 피해 고객이나 소상공인 대상으로 금융지원 한다고 공고가 떴더라. 보니까 업체당 최대 2억 원까지 지원해 준다는데, 우리처럼 이제 막 시작한 법인한테는 해당 사항이 없는 것 같았다. 어차피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기존 대출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남들 혜택 받는 거 보면서 ‘나도 저런 거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자리 잡아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내가 과연 저런 지원이 필요한 시점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결국은 내 사업 매출을 올리는 게 답인데, 자꾸 금융 상품에 기웃거리는 내 모습이 좀 비참하기도 하고.
일단은 조금 더 버텨보는 쪽으로
결국 대출 상담은 당분간 접어두기로 했다. 은행 직원들의 그 냉랭한 표정, 서류 보완해오라는 뻔한 소리, 그리고 벤처 인증 준비하다가 든 현타까지. 다 겪고 나니 차라리 몸으로 때워서 매출 올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겠다 싶었다. 물론 주변에선 대출 받아서 인건비 쓰고 공격적으로 확장하라고 하지만, 내 그릇은 아직 그 정도가 아닌 것 같다. 다음 달에 매출 좀 더 나오면 다시 보증재단 근처나 한번 가볼까 싶기도 한데, 아마 그때 가면 또 똑같은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겠지. 당장 내일 해야 할 일들이나 정리해야겠다.
저도 비슷하게 법인 설립할 때, 시스템 때문에 속상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개인 사업할 때보다 훨씬 복잡한 것 같아요.
법인 설립하는 거 처음부터 막히는구나. 저 분처럼 잠깐 포기하고 다시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