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문제로 몇 달째 동사무소와 출입국 사무소를 오갔다

비자 문제로 몇 달째 동사무소와 출입국 사무소를 오갔다

서류 더미 속에서 길을 잃다

결혼하고 나서 비자 문제 때문에 이렇게까지 고생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혼인신고하고 서류 몇 장 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닥쳐보니 그게 아니더라. 특히나 아내가 외국인이다 보니 주거 요건을 증명하는 게 제일 골치 아팠다. 집 계약서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공무원분이 보시더니 집 평수랑 전입신고 날짜까지 꼼꼼하게 따지시더라. 이게 2년 전쯤인가, 전세로 살던 집이 좁아서 이사를 고민할 때였는데, 그때 부동산 알아보고 비자 서류 챙기느라 주말마다 정신이 없었다. 부동산 복비만 80만 원 가까이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까지 서두르고 불안해했나 싶기도 한데, 당시에는 당장 비자가 안 나오면 아내가 출국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다.

정부 지원이라는 게 참 멀게만 느껴진다

뉴스나 기사에서 보면 지자체마다 주거 환경 개선해 준다거나, 신혼부부 전용 임대주택 같은 거 지원해 준다는 소식은 자주 들린다. 김천시나 경기도 쪽에서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 위한 주거 지원 정책이 있다는 이야기도 듣고, 나름대로 여기저기 전화도 해봤다. 근데 막상 내 상황에 맞춰서 알아보려니 자격 요건이 참 복잡하더라. 소득 기준은 간당간당하고, 우리가 사는 곳은 정부 지원이 적용되는 특정 지역이 아니라고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사실 지원받는 것보다 서류 준비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 같아서 중간에 그냥 포기했다. 그냥 내 돈 내고 사는 게 마음 편하겠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

매번 반복되는 확인 전화의 피로감

결국 비자는 어찌어찌 해결됐는데, 그 과정에서 소모한 에너지가 너무 컸다. 출입국 사무소에 전화하면 연결되는 데만 30분은 기본이다.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료보험 문제까지 겹치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기억이 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서 상담받을 때도 담당자가 ‘배우자분 소득 요건’부터 물어보는데, 왠지 모르게 우리가 투명하게 살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불쾌하기도 했다. 사실 그냥 평범하게 일하고 세금 내면서 사는 건데 말이다. 지금은 좀 괜찮아졌지만, 가끔 아내 비자 갱신 기간 돌아올 때면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서 괜히 심장이 덜컥한다.

의료와 주거, 뗄 수 없는 굴레

아이가 태어나면 또 무슨 서류가 필요할지 벌써 걱정이다.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에서 출산하고 육아 지원받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주변에서 누가 ‘이런 지원금 받을 수 있다더라’ 해서 찾아보면, 우리는 해당 사항이 없거나 이미 모집 기간이 끝난 경우가 많았다. 주거 지원도 그렇고 의료 지원도 그렇고, 정보가 있는 사람만 챙겨가는 구조인가 싶기도 하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거 챙길 정신이 없는 사람은 그냥 다 놓치고 사는 것 같다. 나도 운 좋게 친구한테 건너건너 듣지 않았으면 건강보험 혜택조차 제대로 몰랐을 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집 계약은 이제 1년 정도 남았는데, 그때 되면 또 이사 문제랑 비자 주거 요건 맞춰야 한다. 지금 사는 곳이 20평대 초반이라 비자 심사 때는 간신히 통과했는데, 아이까지 태어나면 더 넓은 곳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다. 이사 가면 또 전입신고하고 출입국 사무소에 주소지 변경 신고해야 한다. 이놈의 행정 절차는 왜 이렇게 촘촘한지 모르겠다. 그냥 어디 정착해서 마음 편히 살고 싶은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가끔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오늘도 아내랑 저녁 먹으면서 다음 비자 갱신 때 필요한 서류 목록이나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준비할 게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