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경영체 등록과 서류의 늪
올해 초, 농업경영체 증명서를 발급받으러 농림사업정보시스템에 접속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로울 줄 알았다. 농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이라는 게 대단한 혜택인 줄 알고 의욕적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서류를 챙기다 보니 이게 생각보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농지 대장부터 시작해서 실제 농사를 짓고 있다는 걸 증명할 서류들을 준비하는데, 내가 농사를 짓는 건지 서류를 찍어내는 기계가 된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옆집 아저씨는 휠로더 빌릴 때도 지원받았다며 자랑을 늘어놓으셨는데, 나는 겨우 안개분사노즐 몇 개랑 농업용 물통 몇 개 사고 부가세 돌려받겠다고 이 고생인가 싶어 조금 허탈해졌다.
플라스틱 판넬 하나가 가져온 피로
버섯 스마트팜을 아주 작게 시작해 보려고 플라스틱 판넬을 주문했다. 조립식 창고 만드는 데 쓸 요량이었는데, 이게 또 배송받고 설치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제품 값만 대략 120만 원 정도 들었는데, 이걸 설치하느라 가슴장화까지 신고 흙탕물을 오가며 낑낑댔다. 날씨는 또 왜 그렇게 더운지. 땀은 비 오듯 쏟아지는데 안개분사노즐 설치 위치 잡느라 한 시간을 끙끙거렸다. 나중에는 내가 이걸 왜 직접 하고 있나 싶어서 허리가 끊어질 것 같더라. 전문가를 부를까 싶었지만, 애초에 비용 줄이려고 시작한 일이라 끝까지 직접 마무리했다. 그런데 나중에 영수증 처리하려고 보니 사업자 번호가 제대로 기재되지 않아서 다시 업체에 전화해서 수정 세금계산서 발급받느라 며칠을 소비했다. 참 사람 지치게 만드는 과정이다.
정부 지원사업의 문턱과 막막함
주변에서는 소상공인 폐업 지원이나 일자리지원금 같은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우리 같은 영세 농업인들에게 돌아오는 지원은 사실 정보의 비대칭성이 너무 크다. 어떤 지원사업이 있는지 일일이 찾아보는 것도 일인데, 농림축산식품부 포털에 들어가도 전문 용어가 너무 많아 눈이 핑핑 돈다. 어제는 게이트볼장 근처에서 만난 어르신이 자기도 무슨 축산기자재 지원을 받았다고 하시는데, 정작 내가 필요한 설비들은 ‘보조금 대상 제외’인 경우가 많았다. 왜 안 되는지 정확한 이유를 찾으려 해도 고객센터는 연결이 참 어렵다. 연결음만 듣다가 화가 나서 끊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환급을 받는 게 과연 시간 대비 효율이 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밭을 한 번 더 갈거나, 부족한 공부를 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돌려받겠다고 서류랑 씨름하는 내 모습이 가끔은 처량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과정을 그냥 포기하기엔 또 억울한 마음이 든다. 다들 이렇게 꾸역꾸역 살아가는 건지, 아니면 내가 유독 서류 처리에 약한 건지 모르겠다. 농업용 기자재 영세율 적용받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담당 공무원한테서 보완하라는 연락이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벌써 지친다. 다시는 이런 복잡한 서류 신청은 안 해야지 다짐하면서도, 막상 내년에 또 같은 상황이 오면 어쩔 수 없이 다시 검색창을 열겠지.
안개분사노즐 설치 때문에 얼마나 힘드셨을지...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부분은 정말 공감돼요.
저도 영세율 신청할 때 비슷한 마음으로 서류만 엄청 쌓아뒀었어요. 농지 대장 준비하면서 진짜 현타 왔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