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퇴사 고민하며 서류 뒤적거리던 밤

전문연구요원 퇴사 고민하며 서류 뒤적거리던 밤

갑작스러운 퇴사 고민과 남은 복무 기간의 무게

며칠 전부터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자꾸 병무청 홈페이지를 새로고침하게 된다. 사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한 지 이제 1년 조금 넘었나 싶은데, 요즘 들어 부쩍 회의감이 든다.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군 복무 대신 연구를 한다’는 게 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친 현실은 생각보다 팍팍하다. 같이 일하는 팀장님이랑 프로젝트 방향성 때문에 부딪히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럴 바엔 그냥 일반 현역으로 다녀오는 게 속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철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근데 막상 퇴사를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주변에 물어봐도 다들 말이 다르다. 누구는 남은 기간 그대로 복무하면 된다고 하고, 누구는 편입 취소되면 군대 가야 한다고 겁을 준다.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복잡하긴 하다. 병무청 공고를 보면 복무관리 규정을 위반하면 업체 재선정에서 제외된다는 무시무시한 말도 있고. 내가 퇴사를 결심해서 나가는 것과 회사가 망해서 나가는 게 어떻게 다른지 따져봐야 하는데, 자료를 봐도 도무지 내 상황에 딱 맞는 답변을 찾기가 어렵다. 서류를 들여다볼수록 더 막막해지기만 한다.

병역지정업체 실태조사의 긴장감

얼마 전 우리 회사에도 병무청에서 사람이 나온다는 공문이 내려와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전문연구요원 관리 실태를 조사하러 온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 같은 규모의 작은 업체는 이런 거 나오면 하루 종일 일손이 멈춘다. 3년 전쯤인가, 옆 사무실에 있던 친구가 근무하던 업체가 관리 부실로 지정업체 취소되면서 갑자기 군대 가야 했던 기억이 떠올라 괜히 긴장했다. 그때 그 친구는 한 달 만에 갑자기 짐 싸서 훈련소로 들어갔는데, 100만 원 조금 넘는 지원금 받고 일하다가 그렇게 허망하게 간 게 기억에 남는다. 우리 회사는 적어도 월급은 제때 나오고 복지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내가 언제까지 여기서 발이 묶여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5년 이내 반복 위반과 재선정 문제

어디서 들었는데, 복무 관리 규정을 5년 내에 반복해서 어기면 회사 자체가 전문연구요원 지정업체에서 제외된다고 한다. 우리 대표님은 그런 일 없게 하려고 아주 엄격하게 관리하시는데, 사실 그 엄격함이 가끔은 숨이 막힌다. 출퇴근 기록도 분 단위로 체크하고, 조금만 늦어도 사유서 쓰라고 하니까. 연구직이라는 게 사실 몰입해서 일할 때도 있고 멍 때릴 때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 기계처럼 관리받는 게 맞는 건지 싶다. ISO 인증이다 뭐다 서류 작업도 많은데, 정작 나는 내 앞날에 대한 설계도 못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

결국 고민 끝에 오늘은 퇴사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일단 프로젝트 하나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버텨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동료 연구원이 이번에 이직하면서 ‘그래도 경력은 남으니까’라고 위로해주던 말이 생각난다. 월급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자유로운 환경도 아닌데, 병역이라는 큰 짐 하나 덜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매여 있어야 하는 건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지금 고민하던 것들이 다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질까? 아니면 그때 관둘걸 하고 후회하게 될까? 확실한 건, 지금 내 마음은 어제보다 더 흔들리고 있다는 거다. 내일은 출근해서 다시 한번 병무청 콜센터에 전화를 해봐야겠다. 남은 복무 기간이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 내가 지금 여기서 나가면 진짜 현역으로 끌려가는 건지, 아니면 다른 업체로 옮길 수 있는 건지, 누구도 확실하게 대답해 주지 않는 질문들만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댓글 3
  • 병무청 공고에서 업체 제외된다는 말 때문에 더 걱정되네요. 제 회사도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하루 종일 업무가 멈출 것 같아요.

  • 5년 내 반복 위반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느껴져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불안감을 정말 잘 알 것 같아요.

  • 프로젝트 마무리까지 버티기로 했는데, 팀장님 말씀처럼 편한 길 선택하는 게 속이 더 후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