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대출 사이트를 켜놓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소상공인 대출 사이트를 켜놓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사이트 접속부터 시작된 묘한 피로감

아침부터 노트북을 켜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사이트에 들어갔다. 정책자금이라는 게 이름은 참 근사한데 막상 들어가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기운이 쭉 빠진다. 화면 가득 빽빽한 공고문들이 나를 반기는데, 솔직히 뭐가 내 상황에 맞는 건지 한눈에 들어오는 법이 없다. 예전에 대전신용보증기금 창구에 직접 갔을 때도 그랬다. 번호표 뽑고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상담원 앞에 앉았는데, 준비해온 서류가 하나 부족해서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이번엔 집에서 신청해보겠다고 괜히 고집을 피우고 있다. 0.1%포인트 우대금리 같은 문구를 볼 때마다 이게 정말 나에게 혜택이 될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 상황에서 이 정도 이자라도 줄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섞여서 마음이 복잡하다. 작년엔 1조 5천억 규모라더니 올해는 3조로 늘었다는 뉴스를 봤는데, 정작 내 통장에 꽂히는 돈은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서류 준비하다가 서랍만 세 번 뒤집었다

사업자등록증이랑 부가세 과세표준증명, 뭐 이런 것들을 챙기다가 결국 서랍을 다 뒤집어엎었다. 영농조합법인 관련 서류도 섞여 있었는데 내가 이걸 왜 가지고 있었나 싶어 멍하니 들여다보기도 했다. 서류 몇 장 준비하는 게 무슨 거창한 결심이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괜히 커피만 세 잔째 마셨다. 어떤 날은 중소기업진흥청 공고를 보다가 ‘줄인가게’라는 단어를 봤다. 심사 문턱이 높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서였을까, 신청 버튼 위에 마우스를 올려놓고도 차마 클릭을 못 했다. 그냥 지금 하는 일이나 더 열심히 하면 되지, 굳이 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든다. 그래도 고정비는 매달 나가고 통장 잔고는 야속하게 줄어드니 선택지가 별로 없다. 대환대출이라도 알아봐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버티는 게 나은 건지 도무지 판단이 안 서는 상태로 몇 시간을 보냈다.

쏟아지는 정책 용어들의 불친절함

정부지원 대출 상품이라는 것들이 다 비슷해 보이지만 뜯어보면 조건이 참 까다롭다. 누구는 정책자금을 받아서 시설을 확장했다는데, 나는 도대체 어떤 항목에 해당되는 건지 분류조차 어렵다. 상담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가도 연결음만 한참 들릴 것 같아 포기하고 만다. 얼마 전에는 뉴스에서 제3자 부당개입 문제 해결을 위한 TF 회의가 열렸다는 기사를 봤다. 그런 거창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막연한 불안감도 생긴다. 골목상권 활성화니 글로컬타운이니 하는 단어들이 신문 1면을 장식할 때마다 현장의 소상공인들은 그저 정책 자금 신청서의 빈칸을 채우느라 씨름하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예산 소진이라는 불안한 안내문

사이트 중간중간에 ‘예산 사정에 따라 지원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게 제일 신경 쓰인다. 밤새 서류 챙겨서 신청해도 예산이 끝났다고 하면 허탈할 것 같아서다. 작년에는 신청 기간 시작하자마자 서버가 터져서 고생했다는 지인 이야기를 들었는데, 올해라고 다를까 싶다. 3조 원으로 늘었다는 대출 규모가 나에게는 그저 숫자일 뿐, 막상 내가 신청할 차례가 오면 이미 마감된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수학학원 운영하는 친구는 창업 지원금까지 알아보고 있다던데, 나는 지금 있는 자리 지키기도 급급해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은 생각도 못 한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괜히 더 답답해진다. 결국 정부 지원이라는 게 필요한 사람에게는 절실한 동아줄인데, 그 동아줄을 잡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도 지난하다.

오늘도 신청 버튼 앞에서 망설인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데 여전히 화면은 띄워져 있다. 신청서를 작성하다 보면 자꾸만 내 사업의 불확실한 미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 멈칫하게 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로그인 화면을 보고 있을 나를 안다. 대전 신용보증기금 창구 직원의 무미건조한 표정이 생각난다. 아마 그분들에게는 수많은 신청 서류 중 하나일 뿐이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이게 이번 달을 넘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그냥 닫을까 싶다가도, 한 번 닫으면 다시 열기 귀찮아서 그냥 브라우저 탭을 켜두기로 했다. 마음이 썩 편치는 않지만, 일단은 이렇게 조금 더 고민해보기로 한다. 내일은 좀 나을까.

댓글 2
  • 예산 사정에 따라 지원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문구 보고 묘하게 불안했네요. 신청하려는 순간 예산이 이미 소진되었을까 봐.

  • 사업자등록증 준비하느라 서류함 뒤집는 거 진짜 공감해요. 저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시작하면 오히려 더 막막해지는 느낌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