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뭉치만 쌓이다 끝난 소상공인 대출 신청기

서류 뭉치만 쌓이다 끝난 소상공인 대출 신청기

서류 발급만 몇 시간째 반복하는 중

며칠 전부터 마음을 먹고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좀 알아봤다. 사실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기도 하고, 주변에서 다들 대출 하나씩은 끼고 버틴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처음에는 그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자가진단’이라는 것부터 시작했다. 자가진단은 5분이면 끝난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웬걸. 로그인하는 과정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인증서 등록하고, 브라우저 보안 프로그램 깔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럴 거면 그냥 매장 청소를 한 번 더 하는 게 낫지 않았나 싶더라.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인터넷으로 하는 자가진단은 결국 ‘자격 미달’이나 ‘대기’ 같은 애매한 결과만 보여준다. 내가 제조업 기반이라 뿌리기업 인증 쪽도 기웃거려 보고, 경기도신용보증재단 사이트도 들락날락했다. 어떤 날은 밤새워서 중소기업확인서 떼는 법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막상 서류를 준비하려고 보면 이게 맞는 건지 저게 맞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옆 가게 사장님은 어디서 1%대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고 자랑하길래 물어봤더니, 자기도 운 좋게 시기를 잘 맞춘 것뿐이라며 딱히 알려줄 팁이 없단다. 그분은 작년에 운 좋게 정책자금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클릭해서 선착순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나는 매일같이 공고 올라오나 확인하는데, 이게 지금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하다.

은행 창구 문턱은 여전히 높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가까운 신용보증기금 지점에 전화를 해봤다. 상담원 연결이 참 어렵더라. 한참을 기다려서 연결된 상담원은 내 상황을 듣더니 대뜸 매출 증빙부터 가져오란다. 작년 매출액이랑 올해 상반기 매출액 비교해서 떨어졌으면 뭐 좀 해볼 수 있다는데, 그 서류 떼는 것만 해도 세무서까지 가야 할 판이다. 인천신용보증기금 쪽이 그나마 좀 잘 해준다는 소문이 있어서 거기라도 가볼까 했는데, 왕복 시간 생각하면 영업시간 내에 다녀오기가 쉽지 않다. 가게를 비우면 당장 배달 주문을 놓치는데 말이다. 배달앱 플랫폼에서 뭐 상생 기금이니 뭐니 홍보하는 걸 보면 가끔 헛웃음이 나온다. 정작 당장 매장 냉난방기 고쳐야 하는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되니까.

7천만 원은 커녕 심사 문턱 구경만

어디서는 업체당 7천만 원 이내로 지원해준다는 글도 봤다.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이라니 조건은 정말 좋아 보였다. 그런데 막상 신청해 보면 보증료니 뭐니 나가는 돈이 꽤 된다고 한다. 친구는 청년창업대출로 어떻게 비벼봤는데, 나 같은 5년 차 자영업자는 청년 쪽도 아니고 중장년 쪽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라 혜택이 참 애매하다. 그냥 은행 가서 일반 신용대출 알아보는 게 정신 건강에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이자는 다 낼 테니까 말이다. 대출을 받아서 가게를 확장하겠다는 거창한 꿈보다는, 그냥 이번 달 고정비만 어떻게 잘 막았으면 하는 마음뿐인데 정책자금은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버티는 게 답인가 싶다가도

오늘도 또 엑셀 파일 열어놓고 매출 정리만 하다 말았다. 사실 이렇게 정보 찾아본다고 시간을 보내는 게 생산적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 시간에 전단지라도 한 장 더 돌리는 게 나았을지도. 정책자금 신청하려고 모아둔 서류 파일들이 책상 한구석에 쌓여있는데, 이걸 다음 주에 진짜 관공서에 들고 갈지는 모르겠다. 괜히 가서 퇴짜 맞고 오면 기분만 더 처질 것 같아서. 다음 달에는 금리가 좀 내려갈지, 아니면 또 새로운 지원 정책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내일 예약된 손님 맞을 준비나 해야겠다. 이렇게 매일 고민만 하다 며칠이 지나가 버리는 게 요즘 내 일상이다.

댓글 1
  • 제가 제조업 기반이라 자가진단에서 계속 자격 미달 뜨는 거 보니까, 정말 답답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