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11시, 차 키를 챙겨 집을 나서던 마음
거실 시계가 밤 11시를 넘어가면 이상하게 가슴이 툭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낮에는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정신이 없다가도, 밤만 되면 ‘내가 이렇게 해서 대출 이자를 갚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당을 작게 해보려고 소상공인 정책자금 쪽을 정말 열심히 찾아봤다. 그런데 막상 서류를 준비하다 보니, 도대체 나 같은 사람이 이 복잡한 절차를 뚫고 돈을 빌릴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들더라. 지원금 공고문을 읽다가 눈이 침침해져서 결국 덮어버린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래서 그냥 현실적인 선택지를 골랐다. 남편 차를 빌려 타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뛰는 대리운전 알바다. 부산 시내 여기저기를 밤마다 다니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2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의 현실적인 숫자들
대리운전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느낀 건, 생각보다 이동이 너무 번거롭다는 점이다. 앱에서 콜을 하나 잡으면 그곳까지 가는 버스나 지하철 시간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어떤 날은 콜 잡은 곳까지 이동하는 데만 40분이 걸려서, 정작 운전은 20분도 안 했는데 녹초가 될 때가 많다. 한 번은 뉴스에서 시의원들이 대리운전비 명목으로 2만 원에서 10만 원씩 주고받았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 액수가 나한테는 며칠 밤을 꼬박 새워야 벌 수 있는 돈이라 묘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에게는 술자리 이동 비용일 뿐인 돈이, 나한테는 다음 달 전기세를 결정짓는 무게로 다가오는 게 참, 뭐라 말하기 어렵다. 부산 대리비가 대충 얼마인지 대략적인 시세는 꿰고 있지만, 막상 내가 받는 수수료를 떼고 나면 남는 건 항상 빠듯하다.
정부 지원 사업과 내 처지 사이의 거리감
인터넷 커뮤니티나 뉴스 기사를 보면 스타트업 대표들도 투잡으로 배달이나 대리운전을 뛴다는 내용이 많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요즘은 조금 알 것 같다. 사업을 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정부 지원금 신청해 놓고선, 정작 당장 손에 쥐는 현금이 없으니까 밤에 나와서 운전대 잡는 심정 말이다. 나도 소상공인 지원사업 목록을 몇 번이나 뒤져봤지만, 내가 처한 상황은 어떤 항목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40대 주부로서 무언가 본격적으로 새로 시작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물가가 너무 올랐다. 전국꽃배달협회 같은 곳에 가입해서 부업을 해볼까도 고민해 봤지만, 그것도 초기 비용이나 홍보 생각을 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끊기지 않는 호출 알림음의 피로
밤새 울리는 앱 알림 소리는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콜이 없으면 없는 대로 불안하고, 갑자기 여러 개가 뜨면 어떤 걸 잡아야 최단 거리로 이동할지 계산하느라 머리가 지끈거린다. 단순히 운전만 하는 게 아니라, 내비게이션 경로 확인하고 낯선 사람과 짧게 인사하고, 혹시라도 차 긁을까 봐 주차할 때마다 식은땀 흘리는 과정이 매일 반복된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신청서에 적어야 했던 사업계획서보다, 지금 이 순간 앱에 찍히는 5천 원, 8천 원 단위의 수입이 더 절실하다. 가끔은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내일 아침 아이 학교 보낼 준비를 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기술보다 사람이 먼저라느니 하는 거창한 말들을 뉴스에서 볼 때마다, 그냥 당장 내일 새벽에 조금이라도 덜 피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대리운전을 하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일종의 취미가 되었다. 어떤 사람은 몹시 취해 비틀거리고, 어떤 사람은 아주 정중하게 차 키를 건넨다. 그 다양한 풍경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이 일을 졸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원금이든 창업이든, 나한테 맞는 길이 어딘가 있기는 할까. 오늘은 콜이 생각보다 빨리 잡혀서 새벽 2시에 집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내일 다시 저녁이 되면 또 차 키를 챙겨서 나갈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지 확실하지 않다. 대출금 이자 고지서는 벌써 날아왔는데, 이번 달에는 운이 좀 따라줄지 모르겠다. 무작정 운전대를 잡고 나가는 길은 여전히 낯설고, 매번 똑같은 걱정만 되풀이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밤에 대리운전하는 모습이 정말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할 때가 많거든요. 사업 자금 찾는 것도 어렵지만, 그 과정 자체가 너무 막막하게 느껴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