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청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지
작년 가을쯤이었나, 가게 문을 열어두고도 매출이 영 시원찮아서 답답한 마음에 소상공인24를 뒤적거렸다. 다들 요즘은 온라인 마케팅 안 하면 망한다고 하길래, 뭐라도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하는 ‘디지털 특성화 대학’ 교육 공고가 눈에 띄었다. 상세페이지 제작부터 온라인 플랫폼 입점까지 20시간 실습을 해준다는 말에 혹해서 바로 신청했다. 막연하게 ‘이걸 들으면 내 가게가 떡볶이 맛집으로 소문나겠지’라는 희망을 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 희망은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절반쯤 증발했다.
강의실의 열기와 차가운 현실
첫날 교육장에 갔더니 다들 나처럼 절박한 표정의 사장님들이 가득했다. 강사님은 열정적으로 AI를 활용한 마케팅 툴을 설명하셨는데, 사실 나는 그때까지도 내 스마트스토어에 상품 올리는 것도 쩔쩔매는 수준이었다. 강사님이 ‘지금 바로 해보세요’라며 특정 사이트를 띄워주셨는데, 다들 따라가느라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누군가는 ‘이거 하면 정말 바이럴 업체 안 써도 되나요?’라고 물었는데, 강사님은 웃으며 ‘직접 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라고 하셨다. 근데 그 ‘직접’이라는 게 참, 매장 운영하면서 틈틈이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안 났다. 하루 4시간씩 교육받고 나면 가게 마감할 체력이 남아있질 않아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그냥 컵라면이나 먹고 들어가는 날이 많았다.
상세페이지와 씨름하던 며칠
교육 과정 중에 가장 시간을 많이 쓴 게 상세페이지 제작이었다. 캔바나 미리캔버스 같은 툴을 썼는데, 이게 처음에는 쉬워 보여도 막상 내가 파는 떡볶이 사진을 넣고 글을 쓰려니 도통 모양이 안 났다. 예전에 돈 주고 맡겼던 업체가 왜 그렇게 비싼 비용을 불렀는지 그때 조금 이해가 갔다. 그때 50만 원인가 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직접 하려니 폰트 고르는 것만 3시간이 걸렸다. 교육받는 기간 동안 매출이 드라마틱하게 오른 건 아니었다. 오히려 교육 시간 때문에 가게 문을 일찍 닫아서 그만큼 손해를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도 왠지 교육을 안 가면 더 불안할 것 같아서 억지로 다 채우긴 했다.
돈은 썼는데 남은 건 찜찜함
교육이 끝나고 나서 소상공인 정책자금도 알아보려고 홈페이지를 다시 뒤져봤다. 신용보증재단에서 나오는 대출이나 지원금 같은 건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법인 대출이나 뭐나 서류 떼는 것만 해도 한나절은 걸릴 것 같아서 선뜻 신청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주변 가게 사장님들은 ‘그거 해서 뭐 하냐, 그냥 맛만 있으면 되지’라고 말하는데, 그 ‘맛’을 알리는 과정이 요즘은 왜 이렇게 기술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는지 모르겠다. SA 광고니 체험단이니 하는 용어들이 여전히 낯설고, 강사님이 알려준 툴을 유료로 결제해야 하는 시점이 오니까 또 고민이 된다. 한 달에 몇만 원 안 되는 돈인데도, 당장 내일 나갈 재료비 생각하면 선뜻 카드를 꺼내기가 어렵다.
아직도 뭐가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 가게 정리를 하면서 생각해보면, 그 교육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내가 모르는 게 이렇게나 많았구나 하는 자괴감만 더 커진 기분이다. 향토장수소상공인으로 선정된 곳들은 뭔가 다를까 싶어서 기사도 찾아봤지만, 그건 또 그분들 나름의 긴 세월이 녹아있는 거겠지. 교육받는 내내 ‘내가 지금 여기서 이걸 배우는 게 맞는 건가’ 싶었는데, 여전히 그 답은 못 찾았다. 오늘 밤에도 다시 노트북을 켜고 상세페이지 폰트를 수정해볼까 하다가, 그냥 가게 조명이나 좀 더 밝은 걸로 바꿀까 고민하며 자리에 앉아 있다. 무엇이든 하나는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여전히 불분명하다.
엑셀만 띄우고 와서 좀 아쉽네요. 실습 내용이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상세페이지 디자인 정말 복잡하더라구요. 제가 이전 온라인 쇼핑몰 만들 때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