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알바 정보만 뒤적거리던 시기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한동안은 그냥 집 앞 편의점 주말 알바나 하면서 보냈다. 평일에는 이력서를 계속 넣고 있는데 연락은 전혀 안 오고, 그렇다고 마냥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누워 있기에는 눈치가 보였다. 뭐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 싶어서 노트북을 켜고 정부 지원 사업 공고를 뒤적거리던 시기가 있었다. 처음에는 워크넷이나 사람인 같은 대형 채용 포털에서 채용 공고만 보다가, 우연히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정부 지원 정책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라에서 일정 금액을 주면서 취업 훈련을 시켜주거나 진로 상담을 해준다는 내용이었는데, 매달 나가는 통신비랑 식비 생각에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었던 나에게는 솔직히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국민취업지원제도와는 조금 달라 보여서 신청해 본 청년성장프로젝트
원래는 예전에 친구가 참여해서 매달 구직촉진수당을 받았다고 했던 국민취업지원제도 1유형을 가장 먼저 찾아봤었다. 그런데 이건 신청서를 쓰고 나서 소득 요건을 조회하고, 주민등록등본에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까지 이것저것 조회하느라 서류 심사 대기 시간만 거의 3주가 걸린다고 적혀 있었다. 당장 다음 달 카드값이 걱정되는 마당에 서류 결과 나오는 것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지방자치단체와 고용노동부가 같이 운영한다는 ‘청년성장프로젝트’라는 사업을 보게 됐다. 구직 의욕이 꺾인 청년들을 데려다가 맞춤형 상담을 해주고 일상 관리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보다 상대적으로 신청 절차가 훨씬 단순해 보였고, 당장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냅다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마포 청년센터까지 가는 길과 첫날 대기실의 미묘한 공기
내가 배정받은 곳은 마포구 합정동 근처에 있는 한 청년센터였다. 매일 집구석에만 박혀 있다가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이나 이동하려니 그것부터가 꽤 피곤한 일이었다. 합정역에서 내려서 골목길을 터덜터덜 10분 정도 걸어가는데, 날씨는 덥고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굳이 이런 걸 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센터 입구에 도착했을 때의 그 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강의실 안에는 나처럼 어딘가 주눅 든 표정으로 쭈구려 앉아 눈치만 보는 청년들이 한 15명쯤 모여 있었다. 다들 서로 눈길도 안 주고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었고, 어색한 적막 속에서 벽걸이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만 웅웅대며 크게 들렸다. 첫날에는 MBTI 검사 같은 성격 유형 검사를 하고 서로 짧게 자기소개를 시켰는데, 그 시간이 너무 민망해서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루 4시간씩 앉아 있는 것보다 서류 증빙이 더 귀찮았던 순간들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두 번, 하루에 4시간씩 진행되는 일정이었다. 이력서 작성법이나 모의 면접 같은 걸 알려준다고 했는데, 솔직히 요즘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오는 뻔한 팁들이 많아서 중간중간 졸음을 참느라 혼났다. 강사분들은 열심히 설명해주셨지만, 내 상황에 딱 맞는 실질적인 조언이라기보다는 뻔한 위로와 격려 위주라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제일 짜증 났던 부분은 귀찮은 서류 증빙 절차였다. 매달 출석률을 채워야 참여 수당 30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집안 사정이나 면접 때문에 하루라도 빠지거나 지각을 하려면 온갖 증빙 서류를 다 떼서 제출해야 했다. 집에 프린터기도 없어서 근처 도서관까지 가서 서류를 뽑아오느라 진이 다 빠졌다. 30만 원 돈 받으려고 매 수업 시간마다 출석부에 서명하고 지장 찍는 과정이 묘하게 구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행정 절차가 너무 불필요하게 꼼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만 원 남짓한 지원금을 받고 나니 남는 묘한 허무함
한 달 과정을 다 수료하고 나서 통장에 들어온 수당 30만 원은 월세 내고, 며칠 동안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이력서 쓰다 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돈이 들어왔을 때는 잠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지만, 결국 프로그램을 다 마쳤다고 해서 나에게 당장 면접 제의가 들어온다거나 취업이 해결된 건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방구석에서 구직 사이트 채용 공고를 새로고침하며 대기하는 상태 그대로였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누워 있는 것보다는 억지로라도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뭔가를 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단기성 정부 지원이 정말 청년들의 취업에 실질적인 디딤돌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솔직히 의문이 남는다. 당장 다음 달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또 다른 지원 사업이나 알바를 찾아보고 있는 내 처지가 조금 쓸쓸하게 느껴질 뿐이다.
마포까지 가는 길에 강의실 분위기가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느낌이었거든요.
서류 때문에 도서관까지 가는 거 정말 힘들었겠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번거로움 잘 알아요.
합정역에서 내려서 골목길을 걸었을 때, 그 답답함이 아직도 느껴져요. 특히 굳이 그런 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묘하게 불편했었죠.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정부 지원 사업 찾아보려고 집 앞 편의점 알바까지 잠깐 했었어요. 서류 작업이 정말 귀찮았다는 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