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스코에서 본 커피로봇은 생각보다 덩치가 컸다

벡스코에서 본 커피로봇은 생각보다 덩치가 컸다

벡스코 박람회에서 느낀 기묘한 위질감

지난번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일창업박람회에 다녀왔다. 뭐라도 하나 해볼까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무인 커피로봇 부스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인건비 걱정 없이 기계가 알아서 커피를 내린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런데 실제로 본 로봇은 좁은 공간에 억지로 구겨 넣기엔 덩치가 꽤 컸다. 사람 팔 모양으로 된 로봇이 윙윙거리면서 컵을 옮기는데, 보고 있으면 신기하긴 하지만 동시에 ‘이게 고장 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예전에 중고 커피자판기 관리하는 아는 형한테 들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자판기도 잔고장이 잦아서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로봇이라고 다를까 싶다.

무인점포에 대한 나의 좁은 시선

사실 요즘 무인점포가 워낙 많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냥 기계만 두면 돈이 들어오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기사에서 본 것처럼 사회적 신뢰 수준이 높아야 유지가 되는 게 무인 사업이라는데, CCTV 달아놓고 공권력에 기댄다는 표현이 참 씁쓸하게 와닿았다. 누군가 작정하고 기계를 부수거나 진상을 부리면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내 몫이 될 텐데. 박람회장 한쪽에서 상담받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다들 나처럼 뭔가 절박하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해 보였다. 100호점 돌파했다는 프린트잇 같은 공유형 무인 사업도 구경했는데, 이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소자본창업’의 현실인가 싶어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비싼 로봇의 가격과 기술적인 장벽

상담하시는 분께 가격을 슬쩍 물어봤는데, 초기 투자 비용이 내가 예상한 범위를 훌쩍 넘겼다. 단순 기계값이 아니라 설치비에 시스템 유지보수 비용, 거기에 매달 나가는 서버 이용료까지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웬만한 카페 차리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겠다 싶었다. 게다가 인공지능 로봇카페 창업 교육 같은 것도 있더라.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모집하는 걸 봤는데, 기술학원 다니면서 이런 걸 배운다고 해서 당장 수익이 팡팡 터질 리는 없을 거라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로봇이 커피는 잘 내려도, 기계가 멈췄을 때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지식까지 내가 다 갖출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무인 시스템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들

결국 무인점포든 로봇카페든, 누군가는 계속해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 변하지 않는다. 스마트 냉장고를 도입해서 유통기한 관리하고, 무인 키오스크 오류 나면 달려가서 재부팅 시키고, 가게 내부 청소까지 다 내가 한다면 그게 과연 ‘무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 의문이다. 프랜차이즈들은 대세라고 하면서 자꾸 새로운 걸 내놓는데, 핫도그든 커피든 유행은 짧고 기계 값은 비싸니 섣불리 움직였다가 빚만 지는 건 아닐지 겁부터 난다. 벡스코를 나서면서 든 생각은 그냥 지금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것뿐이었다.

결론 없는 하루의 마무리

집에 오는 길에 길가에 있는 작은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봤다. 텅 빈 가게 안에 불만 켜져 있고 기계들이 윙윙 돌아가는 걸 보는데 왠지 모르게 좀 쓸쓸해 보였다. 부수입 좀 만들어보겠다고 이런저런 박람회 쫓아다니고 계산기 두드려본 게 헛수고였을까. 확실한 건, 적어도 지금 내 주머니 사정과 기술적 이해도로는 덜컥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만큼 대담하지 못하다는 거다. 다음 달에 또 서울에서 박람회가 열린다던데, 이번엔 그냥 안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괜히 가서 마음만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아서 말이다.

댓글 2
  • 사람 팔만한 로봇이 윙윙거리는데, 자판기처럼 고장나면 어떻게 하나 싶네요. 덩치가 커서 공간 활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 카페 차리는 거랑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더라고. 인공지능 로봇 카페 교육도 있는데, 당장 수익이 날까 싶어서 좀 망설여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