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장기요양보호 등급 신청하느라 공단 들락날락했던 몇 주간의 기록

할머니 장기요양보호 등급 신청하느라 공단 들락날락했던 몇 주간의 기록

할머니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처음 알아보게 된 정부 지원금

작년 말쯤이었나,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갑자기 무릎 수술을 받으시고 나서 혼자 생활하시는 게 부쩍 힘들어지셨다. 부모님도 다 직장을 다니고 계셔서 낮 시간에 할머니를 봐드릴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주변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게 있어서 신청하면 정부에서 요양보호사 비용 보조금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신청만 하면 다 나오는 가벼운 복지 혜택인 줄 알았다. 주민센터에 가면 알아서 다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나 복잡하고 신경 쓸 일이 많은 과정의 시작이었다. 일단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는데 정보가 너무 파편화되어 있어서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글은 요양센터에 연락하라고 하고, 어떤 글은 공단에 가라고 하니 처음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방문과 서류 제출의 삐걱거림

결국 인터넷으로만 알아보다가 성에 안 차서 직접 몸으로 부딪쳐보기로 했다. 회사 반차를 내고 영등포구청 근처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지사를 직접 찾아갔다. 당산역 근처라 위치는 어렵지 않게 찾았는데 평일 오후인데도 대기하는 사람이 꽤 많아서 창구까지 가는데 30분 넘게 기다렸다. 직원분에게 장기요양등급 신청하러 왔다고 하니까 신청서랑 의사소견서 발급 의뢰서 같은 서류 뭉치를 내어주었다. 정부24 사이트에서도 된다고는 하던데, 나처럼 서류 용어가 낯선 사람들은 그냥 창구에서 물어보면서 쓰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 비용을 대충 물어보니 등급에 따라 정부 보조 한도가 다르고, 보통 재가급여를 받으면 한도액이 월 150만 원 안팎이라고 했다. 그중에서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15% 정도인데 대략 한 달에 15만 원에서 20만 원 선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생각보다 본인 부담이 크진 않아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 등급을 받기 위한 심사 과정이 또 산 넘어 산이었다.

요양센터 대행 신청과 직접 신청 사이에서의 고민

서류를 준비하는 와중에 동네에 있는 사설 요양센터 두 곳 정도에 전화를 돌려봤다. 요즘은 센터에서 등급 신청을 무료로 대행해 준다는 광고를 많이 하길래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였다. 상담을 해보니 확실히 자기들이 신청을 대신 해주면 신경 쓸 게 없어서 편할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대행을 맡기면 나중에 자기네 센터 소속 요양보호사를 무조건 써야 하거나, 은근히 계약을 강요받는 느낌이 든다는 후기를 인터넷에서 읽었던 터라 선뜻 맡기기가 꺼림칙했다. 게다가 요즘 재가센터 중에서 불법으로 보조금을 챙기려고 꼼수를 부리는 곳도 간혹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서 괜히 엮이기 싫었다. 결국 조금 피곤하더라도 공단에 직접 서류를 넣고 과정을 직접 챙기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손으로 직접 서류를 챙겨 제출하고 나니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그나마 깔끔했다.

방문 조사 당일의 어색한 공기와 판정 기준의 모호함

신청서를 내고 약 2주 정도 지나니 공단에서 직원이 집으로 방문 조사를 나온다고 연락이 왔다. 그 2주 동안은 혹시라도 등급이 안 나오면 어쩌나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조사 당일, 공단에서 나온 조사원분이 할머니 집을 방문해 한 시간 남짓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움직임을 관찰했다. 웃긴 건 평소에는 거동이 힘들어 끙끙대시던 할머니가 외지인이 와서 질문을 하니까 왠지 모를 긴장감 때문인지 평소보다 몸을 훨씬 잘 움직이시는 것처럼 행동하셨다는 점이다. 조사원이 “혼자서 옷 입으실 수 있으세요?” 하고 물어보니 할머니가 굳이 굳이 낑낑대며 혼자 옷을 입어 보이시는 걸 보고 곁에서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조사원분은 덤덤하게 태블릿에 뭔가를 체크해 나갔지만, 그 기준이 정확히 뭔지 옆에서 보는 가족 입장에서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조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조사원의 뒷모습을 보면서 제대로 등급이 나올지 정말 막막한 기분만 들었다.

등급 판정 이후에도 여전히 남은 찜찜한 문제들

결과적으로 할머니는 4등급 판정을 받으셨고, 이제 요양보호사 매칭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매일 서너 시간씩 요양보호사분이 집에 와서 가사도 도와주고 말벗도 해주시니 부모님도 한시름 놓은 눈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양보호사분과 성향이 안 맞아 중간에 사람이 바뀌는 일도 허다하고, 센터에서 요양보호사에게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가짜 근무 기록을 만들어 정부 보조금을 더 타내려다 적발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 우리가 이용하는 센터가 정말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건지,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정당한 처우를 받으며 일하고 계신 건지 가족 입장에서는 완벽히 확인할 길이 없다. 제도가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 현장에서 굴러가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허술한 구석이 많아 보인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여전히 찜찜한 마음이 한구석에 남아있다.

댓글 1
  • 사설 센터 상담할 때, 요양보호사 꼼꼼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더라구요. 주변 센터 운영 방식도 궁금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