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된다더니 결국 서류 뭉치 들고 읍사무소 찾아간 날

인터넷으로 된다더니 결국 서류 뭉치 들고 읍사무소 찾아간 날

보조금24 화면에서 시작된 애매한 기대감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정부 혜택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었다. 나 역시 농업인 보조금이나 지역 수당 같은 게 혹시 나한테도 해당이 되는지 궁금해서 노트북을 켰다. 보조금24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니 내가 받을 수 있는 지원금 목록이 주르륵 나왔다. 연 60만 원 정도 지급된다는 농어민수당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클릭 몇 번이면 신청이 끝날 것처럼 안내되어 있길래, 공인인증서를 찾아서 로그인을 하고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화면이 넘어가질 않고 로딩 표시만 계속 돌았다. 브라우저를 크롬에서 웨일로 바꿔보고, 핸드폰으로도 접속해 봤는데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그날 행정전산망 일부에 오류가 있어서 전국적으로 민원 서비스가 먹통이 되었던 모양이다. 결국 인터넷으로 편하게 끝내려던 계획은 첫 단계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온라인 신청 오류와 결국 임실읍사무소로 향했던 이유

화면만 쳐다보고 있어 봐야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그냥 직접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사는 곳 관할인 임실읍사무소로 가야 했다. 인터넷 후기에는 그냥 신분증만 들고 가면 담당 공무원이 다 조회해서 처리해 준다고 가볍게 쓰여 있었지만, 막상 가려니 불안해서 농업경영체 등록증이랑 주민등록등본을 미리 동네 도서관에서 출력했다. 프린트 수수료로 몇백 원이 들었다. 차를 몰고 읍사무소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이미 이중 주차로 꽉 차 있었다. 겨우 구석에 차를 대고 건물로 들어섰다. 복도에 붙은 이정표를 보니 농업 관련 보조금 업무는 2층 산업계에서 담당한다고 적혀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왜 이런 신청은 꼭 평일 낮에만 방문해야 하는지 약간 짜증이 밀려왔다. 직장인이나 낮에 꼼짝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런 지원금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숙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실에서 보낸 시간과 챙겨갔던 서류들의 무용지물화

2층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먼저 온 동네 어르신들로 대기석이 가득 차 있었다. 번호표를 뽑아 보니 내 앞에 대기 인원이 7명이었다. 시골 읍사무소라 금방 빠질 줄 알았는데, 한 사람당 서류를 확인하고 설명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창구 안쪽 직원들도 밀려드는 서류 때문에 목소리가 잔뜩 쉬어 있었다. 대기 의자에 앉아서 1시간 반 정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내 번호가 불려서 창구로 다가갔다. 준비해 온 농업경영체 등록증을 내밀었는데, 담당 직원은 슬쩍 보더니 “이건 올해 날짜로 갱신된 게 아니라서 저희 전산으로 다시 조회해야 한다”며 서류를 옆으로 밀어 놓았다. 열심히 준비해 간 종이들이 순식간에 쓸모없는 휴지 조각이 된 느낌이라 조금 허무했다.

모바일 신청과 방문 접수의 묘한 서류 차이

대신 직원이 건네준 것은 A4 용지 세 장짜리 신청서와 개인정보 동의서였다. 볼펜으로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꾹꾹 눌러쓰는데, 보조금24 앱으로 신청할 때는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채워지던 정보들을 일일이 손으로 쓰는 게 묘하게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모바일로 신청할 때는 동의 체크 몇 번으로 넘어가던 절차가, 오프라인 방문 신청을 하니 적어야 할 서류도 많고 서명해야 할 곳도 대여섯 군데나 되었다. 담당 직원은 신청서에 적힌 주소지를 보더니 관외 거주 기간이나 실제 영농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까다롭게 구는 직원의 태도가 이해는 가면서도, 마치 내가 받지 말아야 할 돈을 억지로 타내려고 온 사람처럼 느껴져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신청서 접수가 완료되었다는 도장을 받고 나니 밖은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3주 뒤에 들어온 지역사랑상품권과 남은 의문들

신청을 완료하고 나서 완전히 잊고 지낼 때쯤, 문자로 지급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통보가 왔다. 신청서 접수일로부터 정확히 3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지원금은 통장 입금이 아니라 지역사랑상품권 카드로 충전되는 방식이었다. 60만 원이라는 금액이 아주 적은 돈은 아니지만, 주차장에서 허비한 시간, 읍사무소 대기실에서의 지루한 기다림, 그리고 연차를 쓰고 다녀와야 했던 기회비용을 따져보니 이게 정말 이득이었나 하는 의문이 슬그머니 들었다. 다음 해에도 이 짓을 똑같이 반복해야 한다면 차라리 신청을 안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행정 시스템이 통합되어 민원 서비스가 편해졌다고 광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는 꽤 컸다. 다음번엔 제발 보조금24 어플이 오류 없이 작동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댓글 1
  • 보조금24 앱이 잘 작동했으면 좋겠네요. 읍사무소에서 기다린 시간 생각하면 끔찍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