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류 하나에 일주일이 다 갔다
며칠 전부터 마음을 먹고 정부지원사업 공고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창업지원금이라는 게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운 좋으면 돈을 받는구나’ 싶었는데, 막상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서류 목록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데, 도대체 이걸 언제 다 준비하나 싶어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한 대 태웠다. 프랜차이즈 창업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들어간 재테크 카페에서는 다들 ‘제조혁신바우처’ 같은 단어를 쓰던데,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일단 엑셀 파일 몇 개를 내려받아 놓고는 멍하니 모니터만 보고 있다.
청년창업센터는 멀고 문턱은 높고
직접 발로 뛰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동네 근처 청년창업센터를 찾아갔다. 사실 가기 전에는 무슨 특별한 비법이라도 알려줄 줄 알았다. 그런데 담당자분이 건네주는 서류 양식은 학교 숙제보다 더 복잡했다. 사업 계획서에 햄버거 번 하나를 구워도 원가와 유통 경로, 향후 매출 전망까지 적으라니. 라면 전문점 하나 차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아이템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몰려왔다. 그분들은 친절하셨지만, ‘이걸 다 채워서 내면 정말 선정될 확률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의 그 미묘한 표정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왠지 나만 모르는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상담받고 나니 더 모르겠는 기분
인터넷에서 본 정부지원사업 컨설팅 업체들은 왠지 미심쩍어서 소상공인 지원센터에 무료 상담을 예약했다. 상담 시간은 고작 40분. 서류를 들고 갔더니 ‘이 부분은 이렇게 고치시고, 저건 수치 위주로 정리하세요’라며 빠르게 말씀하시는데, 받아 적느라 진땀을 뺐다. 집에 돌아와 보니 뭐가 뭔지 정리가 안 된다. 상담비는 안 들었지만, 내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사실 창업이라는 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 작게 시작하면 안 되는 걸까 싶기도 하다. 매일 조금씩 깎아내려가는 내 예금 통장을 보면서, 차라리 그냥 작은 가게라도 당장 열어버릴까 하는 유혹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온다.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자신감
정부 지원금 신청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불안함만 커진다. 30대 재테크니 뭐니 하면서 다들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밤에 잠이 안 올 때가 많다. 아는 형은 ‘돈 안 빌리고 내 돈으로 조금씩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지금 내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번듯한 매장 하나 내기 빠듯하다. 1억 원은커녕 수천만 원 단위의 융자도 막상 하려니 무섭다. 2%대 저금리 상품이 있다고 해도, 결국 갚아야 할 돈이라는 생각에 손이 떨린다. 농협에서 고령화 때문에 청년농을 지원한다는 뉴스를 봤는데, 농사도 서류가 이렇게 복잡할까.
결국은 혼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도 내가 이 서류를 끝까지 완성해서 제출할지 확신이 안 선다. 제출한다고 덜컥 붙는 것도 아닐 텐데, 이 공력을 들여서 얻는 게 무엇인지 계속 의문이 든다. 어쩌면 지원금이라는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내 본질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오늘도 모니터 구석에 띄워둔 사업 계획서 파일은 첫 문장에서 멈춰 있다. 서류 양식 창을 닫고 유튜브나 보면서 시간을 죽이는 게 더 편하다. 내일은 다시 기운을 차리고 내용을 채워봐야겠지만, 사실 지금 마음으로는 그냥 다 때려치우고 어디서든 가서 아르바이트나 다시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창업이 원래 이렇게 외롭고 불확실한 과정인지, 아니면 나만 유독 요령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제조혁신바우처 단어 정말 어렵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봤는데, 관련 자료를 최대한 많이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엑셀 파일 정리하다가도 결국 사업 계획서 때문에 더 막막하겠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 있어서, 우선 간단하게 핵심만 정리하는 템플릿을 만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